※ Acoustic -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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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소)

 

[린]

프로듀서 같이 가자!

 

[P]

무슨 일이야 그렇게 서둘러서. 그리고 치요는...

그렇구나... 이렇게 비바람이 치는 와중에 나간 건가.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두 사람은 기다려 줘

 

[린]

아니, 우리도 같이 갈 거야. 치요를 몰아붙인 건 우리들이니까. 그리고...

치요는 동료니까

 

[료]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우리가 직접 동료를 찾아서 데리러 올 거야

 

[P]

알았어... 하지만 밖은 비바람이 세차니까 아무쪼록 조심하도록 하자

 

[린, 료]

 

 

 

 

[린, 료, P]

치요!

 

[치요]

어째서 따라온겁니까... 이러면서 보내는 시간도, 아까와 같은 문답도 전부 의미 없는 일입니다

두 분은 두 분이 바라는 노래를 좋으실 대로 추구를 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말했지 않습니까. 이젠 제발 좀 내버려두라고.

당신들이 그러는 것 만으로 내 평온이 지켜지는 것을... 그런데 대체 왜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까

 

[린]

그건...

 

[료]

나는... 솔직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면 행복할 거라고

누구나가 빛에 감싸여서 꿈을 이루며 살아가지는 않아. 눈을 돌리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야

 

[치요]

그러면...!

 

[료]

그런 거... 엿이나 먹으라고 하라고

야 두렵지 치요. 겨우 한 걸음 걸어가는 거지만 내딛는 건 당연히 두렵거든

나도 해 본 적 있어. 깔려진 레일 위를 걸으며 주는 대로 옷을 입고

그 곳에 머무르는 것이 행복이라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어

하지만 그것을 깨부숴준 것이 노래였어. 록은 나를 자유롭게 해 줬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놓고 가지 않아. 여기서 너를 등진다면 나는 나 자신의 록을 등지는 게 되어 버려

린 덕분에 떠올렸어. 집을 뛰쳐나온 날 밤, 달을 올려보며 불렀던 그 한 곡,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면서, 가장 좋았던 록이었어

좌절하고, 잃어버리고, 고통받고... 그것을 반복하는 가운데 변명만이 몸에 쌓여

나도 그래서 말이야. 어른이 되어 버렸었다고

그래서, 치요가 말하는 변명은 "아가씨를 위해서"인가?

한 걸음 나아가는 두려움에서 눈을 돌리면 노래는 무뎌진다고. 이래서야 같이 노래를 해도 맞질 않잖아!

 

[치요]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전부 아는 것 마냥 말을 하고 있어...!

 

[료]

나는 믿고 있단 말이야. 노래가 가진 힘이라는 걸. 노래가 보여 준 빛이라는 걸

분명 봤을 거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을 거야. 무대의 반짝임을 너도 이제는 알고 있잖아?

못 본 척을 해도 이제 그 녀석은 없어져 주지 않는다고? 스테이지의 빛이란... 그런 거니까

 

[치요]

그만. 내 감정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 그렇게 알고 있는 것 마냥...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료]

아 몰라 모른다고! 그러니까 소리지르라고 치요! 억누르고 부정하고 무엇이건 빼앗아버렸던 이 엿같은 세계를 향해!

빼앗긴 채로 분하지도 않아? 적어도 나는 분했단 말이야!

정말 그대로 그렇게 있어도 괜찮은 거냐고, 너는!

 

[치요]

그래 상관없어...! 정체된 채로 빛이 바래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싶어, 언젠가 끝나버리고 만다면 그렇게...!

 

[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 이제 이쪽을 봐! 우리의 눈을 직접 보면서 그 이야기를 해 보라고! 자 치요!

 

[치요]

시끄러워... 시끄러워...!!

이런 세계에서... 어째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야!

어째서 필요 없는 인연을 만드는 거야! 어째서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하는 거냐고!

너희들 때문이야... 이건 전부 너희들 때문이야! 우리는 영원의 수렁 속에서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랬을 뿐인데 너희들이 빼앗아가고 있잖아!

언젠가는 그늘이 질 거라는 사실을 숨기고! 무책임하게 빛을 보여 줘서 마치 이끌어가는 것 마냥!

나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인연마저도...! 우리들의 소소한 평온마저도...!

이제 만족하냐고! 멋대로 들어오고, 깨부수고, 빼앗아가고...!

빛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어! 누군가가 보여주길 바라지도 않았어!

나는 이런 감정 따위 깨닫고 싶지 않았어! 나는...!

나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걸까. 이렇게... 모든 것을 빼앗아가기만 하는 세계에서...

잃어버려가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까...

으... 으으... 아아아아!!!!

 

[린]

치요...

 

[료]

들려줬구나... 진심

 

[P]

여기에 있으면 몸이 차가워지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들

 

[린]

응... 가자. 분명 내일이 되면 이 비바람도 그칠 테니까

지금은 차가워진 몸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자

 

 

 

 

[P]

세상은 빼앗아갈 뿐. 하지만 동료는... 무언가를 줄 수 있어

알맞은 무대를 준비해야겠네. 프로듀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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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홉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