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dulation - 조바꿈, 전조(調), 악곡이 진행되는 도중에 조가 바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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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소)

 

[린]

두 명 모두 오늘부터 잘 부탁해. 아까도 말한 것 같긴 하지만, 우리 같이 열심히 하자

 

[료]

어어. 기왕 하는 거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전력으로 해 주겠어. 타협하는 거 없이, 어때?

 

[치요]

 

[린]

리이나에게서 들었어. 치요도 밴드 연습 하면서 합숙한 적이 있지?

레슨 도중에 뭔가 의견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해줘

 

[치요]

의견을 굳이 끼워넣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그저 해야 하는 만큼은 할 수 있도록 준비할 뿐입니다

 

[린]

합숙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료를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같이 힘내서 열심히 하자, 응?

 

[치요]

...

(이 사람들도 같은 눈을 하고 있어. 별에서 자유로운 반짝임을 보았던 그 사람들과 같은 눈...)

 

 

 

 

(며칠 후)

 

[료]

트레이닝을 계속하면서 확실히 좋아지기는... 했지?

 

[린]

응, 하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대로라면 지금까지랑 똑같아. 뭔가가 좀 더...

 

[치요]

오늘 레슨은 이거로 끝이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린]

저기... 치요에게서도 뭔가 의견을 들어 볼까. 뭐든지 상관 없으니까

 

[치요]

제 의견 같은 건 들어도 의미도 없을 뿐더러 진전도 없습니다

 

[료]

괜찮으니까 응. 조금 신경쓰였던 부분 정도는 있지 않아?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낀 게 있다던가... 그런 거?

 

[치요]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셔도... 설명이 어렵습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닙니까

적절한 성량과 적절한 음정, 그것이 노래인 것이 아닌지

이상입니다.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료]

내일도 잘 부탁한다니, 같은 방 쓰는 걸 까먹은건지 뭔지...

항상 먼저 방에 돌아가고, 우리가 방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자고 있고

 

[린]

치요... 괜찮을까. 무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치토세 일 때문에...

 

[료]

뭐... 그 녀석에게도 뭔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게 있는거겠지. 그건 헤아려주자고

 

[린]

응...

 

 

 

 

[치요]

가지 마... 놓고 가지 마... 아가씨...

 

[린, 료]

...

 

 

 

 

(다음 날)

 

[료]

아 린. 아침 조깅? 열심이네

 

[린]

응.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그리고...

치요 생각을 했더니 좀 움직이고 싶어서.

발을 들이지 않는 편이 좋을 때도 있겠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오늘 잠깐 이야기해보려고.

싫어한다고 해도 괜찮아... 나는 치요와 노래하고 싶어

 

[료]

그렇구나... 싫어하더라도... 구나

 

[TV 음성]

저녁 이후로는 구름 많겠고, 밤에는 많은 비가 예상됩니다

 

 

 

 

[치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세탁이 필요한 의류는 이정도인가 싶습니다

 

[린]

응. 그럼 습해지기 전에 세탁기 돌리자. 비도 오기 시작했고

 

[치요]

...

 

[료]

오늘 레슨은 나름 보람이 있었네. 치요는 어땠어?

 

[치요]

어땠냐고 하시면, 매일 계속하면서 정확도가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료씨와 같은 의견입니다.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린, 료, 치요]

...

 

[린]

치요, 우리와 함께 노래하자

 

[치요]

말씀하시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이미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린]

목소리만을 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노래하는거야

노래라는 건 그런 거잖아? 마음을 멜로디에 담는 거야. 그걸 함께 하자

 

[치요]

그런 의미셨습니까...

하지만 저의 노래에는 의미도 없을 뿐더러 가치도 없습니다. 거기에 담을 마음이 없으니까

그 분의 행복만이 저의 바람.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없고... 더군다나 그것은 노래에 담을 것도 아닙니다

 

[린]

치요가 뭔가 힘든 인생을 보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기에 앞을 바라보아야...

 

[치요]

무엇을...

 

[린]

치요의 노랫소리, 그때 페스티벌에서 무대 위에서 불렀던 노랫소리가 신경쓰였어

그 후로 몇 번이고 들으면서 생각했어. 꾹 눌러서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치토세뿐이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치요가 원하는 것을 우리에게도 들려 줘

우리는 같은 사무소의 아이돌 동료잖아. 서로 힘을 합치면 어떤 벽이라도...

 

[치요]

아이돌 동료입니까... 그렇게 족쇄를 채워서 저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린]

억지로라니 그건...

 

[치요]

동료라던가, 새롭게 의지한다던가... 원하는 것이라던가... 저에게는 필요없습니다

잃어버리고, 고통받고... 내 인생은 진작에 끝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아. 바라는 것이 없다면 잃지도 않아

그런 소원을 가지는 것은 하면 안 되는 일입니까?

 

[료]

치요...

 

[치요]

앞을 바라보라고? 고개를 들면 거기에 빛이 있다고? 끔찍한 이야기를 잘도 하시는군요...

지금까지 빛에 둘러싸여서 살아온 자의... 잃은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 온 자의 오만입니다

 

[린]

...

그럴 지도 몰라. 치요가 말하는 대로 그럴 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이해해줄 수 없을 지도 몰라.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하지만... 나는 치요와 함께 노래하고 싶어!

 

[치요]

...

같이 노래하고 싶다고? 노래해줄게, 를 잘못 말한 게 아닙니까?

누군가를 구원해서 기뻐하고 싶다면 저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제가 모르는 곳에서나 하십시오

 

[린]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치요]

너희들은 항상 그래 왔어. 선량하고도 따스하게, 언제나 친절하면서도 올바른 일을 하지만

그렇게 자각하지 못한 채 뻗는 손으로 나를 상처입혀

가족을 잃고 눈 속을 배회하는 고독을 알고 있습니까?

유일한 친구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공포를 알고 있느냔 말입니까

그런 고통을 아무 것도 모르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이야...!

절망의 늪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빼앗기는 것이란 얼마나 차가운 것인지 모르는 너희들과...

빛 한 가운데에서 유유히 살아온 너희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 같은 건 나에게 없어...!

남겨진 평온 한가운데를 흙 묻은 발로 밟지 마십시오. 제발 부탁이니까, 날 좀 내버려 둬...!

 

[료]

야 치요...! 어디를... 밖에는 비바람이 치는데! 린 어서 따라서...

린...?

 

[린]

흐으...

반론할 수 없었어... 치요가 말한 것 처럼 나는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 왔으니까...

나는... 치요에게 닿을 수 없는 걸까

함께 노래하며 즐겁다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치요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행복, 인걸까

 

[료]

고생 많았어 린. 마음 단단히 먹고 이야기해서 훌륭하게 미움받은 거야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속에 쌓아 두고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살 지 선택하는 것조차도 할 수 없어

그 녀석의 마음 속이 어떤지, 드러낼 수 있는 건 우리뿐이잖아

그리고... 닿을 수 없었다고 하지 마. 조금이지만 닿았다고. 내 마음에.

그러니까... 아직이야

 

[린]

응... 그렇구나. 가자. 치요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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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홉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