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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세쨩, 나 말이지! 나중에 크면...
[치토세]
좋은 아침 치쨩. 우리 잠꾸러기 ♪
[치요]
아가씨... 좋은 아... 아침밥...
[치토세]
벌써 준비해놨어. 어제 남은 걸 데운 정도긴 하지만. 그 다음에 할 일은 치요쨩 기다리는 거 정도?
[치요]
아가씨가...? 아.... 죄송합니다. 옷 갈아입고 나갈테니까... 금방...
<방과후>
[치요]
오늘은... 아가씨는 일하느라 늦게 들어오시고... 이대로 시간은 남고... 혹시 모르니 저녁밥 준비는 해 둘까...
[미술부 고문]
시라유키씨 혹시... 아. 정말 아름다운 선이네. 뎃셍 미경험자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치요]
아름답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치요]
아름다운 것을 그리면 아름답게 그려지는 건 당연한건가... 하지만 뭔가 마음에 계속 걸리는 게...
이 느낌은... 생각해보면 그 일이 백지장이 되어 버린 후 부터...
<며칠 전>
[치요]
솔로 라이브입니까. 해야 할 일이라면 하겠습니다마는.
[P]
일이라... 혹시 '솔로'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치요]
혼자서 노래하고 혼자서 춤추는 것. 저에게서 가치를 찾아내는 별난 사람들을 위한 스테이지.
혹시 이 의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습니까?
[P]
그렇구나... 이 이야기는 일단 보류해두기로 하자.
[치요]
너도 포기할 때라는 게 있긴 하군요...
[P]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 치요가 노래하더라도 '평범한' 솔로곡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하고 싶다' 라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그 때 하기로 하자.
[치요]
그럼 계속해서 기다리게만 되겠군요. 계속.
[미술부 고문]
시라유키씨. 연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자화상을 그려 보겠어?
[치요]
... 안 그립니다. 아니지, 못 그립니다. 저에게는 그럴 만한 필요도 가치도 없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과거의 치요]
치토세쨩 기다려~! 정말 나만 술래라니까~
[과거의 치토세]
치요쨩 가위바위보에서 뭐 낼 지 다 보이는걸. 그러면 다음에는 다른 거... 같이 놀 수 있는 거로 할까♪
[과거의 치요]
응! 눈사람 만드는 것도 좋고... 썰매 타는 것도 좋고... 그리고~
[과거의 치토세]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네♪ 아...
[과거의 치요]
치토세쨩! 괜찮아? 몸이 차가운데... 집으로 들어가자. 집에 있는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자.
[과거의 치토세]
미안해 나 때문에... 치요쨩 좀 더 놀고 싶잖아...
[과거의 치요]
치토세쨩이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걸! 괜찮아. 노는 건 참을 수 있으니까. 기다릴테니까.
[치요]
으음...
돌아가는 전철... 내릴 곳을 지나쳐버린건가.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때문에...
[치요]
상당히 멀리까지 와 버렸구나... 어째서 이런 곳에서 내려 버린 걸까. 다른 곳에 찾아갈 시간 같은 것에 의미는 없을 터인데.
[아키라]
응? 여어~~
역시 치요씨였구나. 엄청 우연이네요. 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사진 찍죠 이것도 기념인데. 네에 치즈~
[치요]
...... 아키라씨?
[아키라]
아~ 그냥 찍기 전에 하는 소리니까 편하신 대로.
[치요]
하... 치즈....
[아키라]
하하 어째 미안합니다. 그래도 찍힌 거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치요]
여긴 어쩐 일로...?
[아키라]
근처에서 촬영이 있어서. 그 다음은 분위기를 좀 즐기고 있었죠.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으니까.
치요씨도 가끔 하죠? 어디 놀러 가거나 새 옷을 입거나 본 적 없는 풍경을 보는 그런 거.
[치요]
아니요 따로 하지는 않습니다.
[아키라]
그런가요. 인도어파 쪽에 가깝나?
[치요]
집에서는 주로 집안일을 합니다.
[아키라]
흐음... 취미는...? 아 이거 어째 작업 거는 것 같은 느낌인데...
[치요]
취미는 없습니다.
[아키라]
아하하... 노 코멘트구나. 아 그치. 그림 좋아하세요? 미술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저도 미술부라.
[치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키라]
잘 모르는건가...
[치요]
아키라씨에게는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신지?
[아키라]
이유라고 해야 하나 음... 재미있으니까? 저는 주로 조형 쪽이지만 뭐라 해야지... 뭔가를 만들고 싶네요.
[치요]
재미있으니까... 입니까.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아키라]
그렇구만. 아 그럼 언젠가 완성하게 되면 보여주세요.
[치요]
어째서...?
[아키라]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냥 관심이 있어서 그래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며칠 후>
[치요]
오늘도 계속 뎃셍인가. 의미 없는, 마치 아가씨의 장난과도 같은 나날.
어째서 스스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치토세의 목소리]
그렇구나... 치요쨩 자화상은 별로 안 그리고 싶어하는구나. 다른 것도?
[치요]
아가씨의 목소리가...?
[미술부 고문의 목소리]
응... 정말로 아깝지. 원래부터 미술에 조예도 깊은 것 같고, 그렇다면 그림의 재능도 피어날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리는 것에야말로 진짜 의미가 있는 건데... 자 이거 봐.
[치토세의 목소리]
이거... 치요쨩이 그린 거? 정말이네. 아름다운 정물 뎃셍이네...
나도 다른 그림이 보고 싶은걸...
[치요]
...
[치토세]
이 그림 뭐라고 해야 할까... 나랑 좀 닮은 것 같은 느낌이네.
[치요]
아가씨가 원한다면 그리면 되는 것인데. 어째서 이런 곳까지... 도망치듯이...
[천진난만한 소녀]
그럼 다음에는 술래잡기 하자!
[활발한 소녀]
둘이서~? 어차피 맨날 내가 술래잖아~ 그러지 말고 노래하는 게 좋은걸! 자 같이 하자 ♪
[천진난만한 소녀]
으응~? 어쩔 수 없네~ ♪
[치요]
노래인가... 좋네.
... 이 감정은 대체...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모르는 것이어야 할 터인데...
아니. 가두어 둔 거지. 눌러 두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어째서... 어째서 이리도 마음이 어수선한걸까...
아가씨가 원하는 것도 하지 않고, 업무도 하지 않고, 아이돌을 할 이유도 이제는 아무 것도 없는데...
어째서... 어째서 '즐겁다'는 감정을 떠올리고 만 걸까...
이게 다 아이돌이 되어서 그런 거지... 나는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받고야 말았으니까. 그 모순 때문에...
그 곳에서 눈을 돌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걸까...?
[치요]
시라유키입니다... 아이돌 활동... 쉬게 해 주십시오.
[P]
'일신상의 사유로 무기한 휴식' 이라... 정말 이렇게 하는 거지?
[치요]
네. 업무 자체도 요구되는 기준에 미달될 뿐만 아니라 의욕도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돌에 진지하게 임하는 아가씨나 린씨, 료씨... 아키라씨 같은 분들께 폐가 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그냥 그대로 주어진 일을 해 내기만 하면 되는 인형이었다면 좋았을겁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답을 찾을 때 까지... 잠깐 아이돌에서 멀어지게 해 주십시오. '의미를 찾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라고 너도 말했지 않습니까.
[P]
그랬지... 알겠어. 그러면 관련해서 문서 작성할테니까 나중에 확인해줘. 한동안은 쉬도록 하자.
그래도... 그만둔다고는 하지 않는구나.
[치요]
아... 음... 아닙니다. 네.
[P]
누가 왔지? 네 들어오세요.
[아스카]
잠깐 들어갈게... 우연히 이야기를 듣게 된 부분을 일단은 사과해야겠다 싶어서.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야...
[미호]
그... 미안해요. 지나가던 도중에 말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치요]
상관없습니다. 이야기를 들었다고 곤란할 것도 없습니다. 언젠가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미호]
그렇구나... 그... 치요쨩 아이돌 쉬는거야...?
[아스카]
너의 목소리에서는 나도 무언가를 느끼곤 했지... 무언가를. 이렇게 멀어지게 되는가...
[미호]
그... 그치만 그만두는 건 아니니까? 좀 길게 쉬는 것 뿐이지! 돌아올... 거지?
[치요]
어째서 그 정도까지 신경을 써 주시는 것입니까. 타인의 문제일 터인데...
[미호]
그건... 아이돌은 나에게 있어서 전부니까. 쉬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예전부터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었거든.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고 싶어서 고향을 떠나왔어.
그래서 지금은... 마치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아서. 꿈에서 깨어 버리면 나는 대체 무엇이 될까 싶어서.
그만두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해서... 그게 정말 무서워. 그러니까...
[치요]
무섭다니...?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 버리는 것이?
[미호]
내 개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말이야... 프로듀서님이 나를 찾아 줘서 아이돌 코히나타 미호가 된 거니까.
평범한 코히나타 미호는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나,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를 테니까.
그러니까 절대로 아이돌을 그만둘 수 없는 거야. 반짝거리는 모습을 알게 되었으니까...
아... 미안해! 내 이야기만 했지...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 푹 쉬고!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럼 먼저 가 볼게...!
[치요]
마치 아이돌이 구원인 것 같은 이야기를...
[아스카]
프로듀서, 이 다음 치요 일정이 어떻게 되지...?
[P]
이 다음은 한동안 쭉 쉬는 일정이지.
[아스카]
그럼 잘 됐네. 자 치요, 괜찮으면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지 않겠어? 기분전환 하러.
목적지는 맡겨 둬. 너의 이야기를... 좀 더 들려 줬으면 해.
[치요]
하... 상당히 로맨틱한 곳이군요.
[아스카]
그런 생각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네.
헤엄치는 저 생명들을 봐. 아쿠아리움에 갇혀서 평범하게 살고 있잖아.
그들은 그들 자체로 살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지. 여기서는 그냥 그런 것 만으로 괜찮은 거야.
[치요]
요령이라는 게 없네요...
[아스카]
아이돌도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아? 화려하게 꾸며져서, 스테이지에 올려져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행복을 보는 관찰자에게 전하는 우상.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잖아. 우리에게는 목소리가 있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반항을 외칠 수 있어.
이 세계에 스스로의 의지를 새기고 증명할 수 있다고.
[치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격려 같은 거군요. 지금처럼 살아가라는 이야기.
저는 그런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스카]
어째서 그렇게 단호한거야. 너는 어째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것 처럼 마음을 굳게 닫고...
아... 아니야 괜찮아. 마음 속에 넣어 두라고. 그건 너의 것이니까.
하지만 흘러나오는 독백이 있다면 나는 귀를 기울이겠어.
마침 나는 약간 벗어나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듣는 사람으로서는 제격이거든.
[치요]
확실히 우등생은 아니지요...
그런 점에서는 나도 비슷한 것인지... 행복으로부터 거부당하고 평온한 일상에서 튕겨져나오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멀어져버리고 만... 그렇게 약간 벗어나 있는 사람.
기억나는 건 심하게 흔들리던 것, 굉음, 충격, 붉게 물든 시야...
몇 번째인지 모를 동유럽 여행길. 부모님과 나는 서로 옆에 앉았고... 나는 피곤해서 잠들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평온한 시간은 사라져 있었다.
명멸하는 적색 한가운데에서 누가 소리치는지 알 수 없는 비명과 화염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과거의 치요]
어머니... 아버지...?
[어른들]
가엾게도... 아직 어린 아이가... 괜찮니? 이름이 뭐니? 부모님 일은 안타깝게 되었구나.
아니 잠깐 지금 여기서 왜 그런 이야기를...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있으렴.
[과거의 치요]
아버지... 어머니...?
[과거의 치토세]
아 저기 있다 치요쨩!! 잠깐 지나가게 해 줘요...! 아버님 여기!
[과거의 치요]
치토세... 쨩?
[치토세의 아버지]
치요쨩... 무사... 해서 다행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렴. 시라유키는...
아가씨의 아버님이 하신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그 이상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때는 이미 철이 들어 있던 시절이라 이미 벌어진 사실이라면 확실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다.
[과거의 치요]
어째서... 어째서 나만...? 같이 데려가란말이야... 싫어... 싫다고...!
[과거의 치토세]
아니야... 안돼... 당신은 살아야지. 내가 있으니까... 내가 옆에 있으니까...! 계속 옆에 있을테니까...!
세상은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정말 사소한 소원의 한 조각까지도.
나의 손은 닿지 못했다. 두 번 다시 손댈 수 없다면 필요조차 없다. 손을 뻗을 가치도 의미도 없으니까.
이윽고 모든 것을 잃고 갈 곳도 없는 나를, 아가씨의 아버님이 쿠로사키가에 데려와주셨다.
나는 더 이상 '치토세쨩의 친구' 인 치요가 될 수는 없었다.
과거를,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사용인으로서의 역할을 부탁받아 아가씨 옆에 딸린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마지막으로 남은 인연이었다.
[치요]
어째서 나 혼자만이 지금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째서 살아가는 의미를 어딘가에서 찾으려 하는가.
나의 생은 그 때 완전히 불타 없어졌을 터인데.
아무리 질문을 던져 보아도 해답은 없습니다... 이 모순의 끝에 무엇이 있다고 하는 것이냐... 하고.
[아스카]
...
너에게 의미는 있다... 고 생각해. 분명 있을 거야... 미안.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마냥 이야기해서 상처입히는 건... 잘못됐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 놓는 것도... 잘못됐어.
...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역시 새겨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시간 속을 나아가며 발버둥치게 되더라도 너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그것이... 너의 가치이자 의미가 된다면.
[치요]
당신도... 빛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아스카]
나는 그 사람과는 달라. 책임도 없고. 빛을 보라고는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모순이야말로 너를 너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처럼도 보여.
아...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하면... 뒤틀려 있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해.
아름다워지려 할 필요는 없고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꼭... 살아 있어 줬으면 해. 살아가는 것에 무엇인가...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구나... 그런...
말하는 게 정리가 안 돼서... 나로서도... 참 싫은 소리네...
[치요]
동정이나 격려 같은 건 처음부터 필요 없었습니다. 원하지도 않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가치가 없는... 설명 같은 것에 불과할 뿐이니까.
[아스카]
너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뭔가가 남아 있을 거야.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거냐 시라유키 치요.
[치요]
시라유키...
[아스카]
그렇지... '시라유키 치요'. 그 시라유키라는 이름은 잃어버리지 않은 거지.
그것이 너의 '증거'가 되는 게 아닐까?
[치요]
...
......
그보다도 아스카씨. 평소와는 달리 매우 쉬운 말로 전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아스카]
아... 그... 평소에 나는 그 좀 더...! 아 정말 너는 대체...!
[치토세]
저기 프로듀서씨. 치요쨩을 좀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더 이상 길을 잃고 울지는 않으니까. 앞을 향해 나아갈 거야 그 아이는.
내가 홀로서기 한 것 처럼 치요쨩에게도 그런 날이 온 거야.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추기 때문에 싫었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비추고, 조용히 나를 보여 준다.
그 곳에는 이야기도 없고, 온도도 없고, 단지 진실만이 존재한다.
겉모습을 단정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윤곽을 얻기 위해 본다.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추는 것을 그려 내고, 쫓는다.
불확실한 생을.
언젠가의 내가 보고 있는. 언젠가의 나를 보고 있는.
그 곳에는 역시 모순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뒤틀려 있으며 똑바르지 않은 것인가.
이런 것에 가치가 있는 것인가?
[치요]
모르겠다... 혼자서 그리는 것 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혼자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P]
솔로 스테이지에 대한 의욕이 생긴 것 같네.
[치요]
한 번 휴식을 선언해놓고는 철회라니 프로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P]
의미는 찾았어?
[치요]
아직... 모두들 환상을 품고 스테이지에 서서 빛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름답고 빛나지만 나는... 그렇게는 될 수 없습니다.
너는 빛 속에서 살아가는 것만이 구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구원받을 수 없는 자도 있습니다.
[P]
마법사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대단한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책임은 있지.
확실한 이유가 없더라도 치요가 스테이지에 서겠다고 생각한다면 전력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도울게.
희망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야기해줘.
이건 치토세에게 부탁받아서 하는 게 아니야. 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거야. 시라유키 치요 너는 아이돌이니까.
[치요]
정말 프로듀서라고 하는 것들은 심각한 일 중독자인건지, 아니면 구제가 불가능한 수준의 아이돌 중독자인건지...
나의 이런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아가씨도 아니고, 미호씨도 아니고, 유별난 사람들도 아닌.
누구보다도 우상에게서 구원을 찾고 구원받기를 원하는 것은... 바로 너로구나.
[P]
프로듀서이기 때문이지.
[치요]
모순투성이에다가 한없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구나... 나도, 너도...
그렇다고 한다면... 나에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주십시오.
너가 아이돌로서의 가치를 찾아냈다고 한다면 그 노래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이 생에도...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노래하는 것이 증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리석게도 그렇게 생각해 버렸으니까.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의... 삶의 증거로서.
[P]
물론. 그것을 위한 '시라유키 치요'의 노래를 함께 만들자.
아가씨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의 소중한 친구이니까.
치토세쨩의 옆에 있고 싶다. 내게 유일하게 남은 인연이니까.
노래하고 싶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숨을 쉬고 싶다.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라이브 종료 후>
[치요]
아...
빛 속에 있었던 것은 아가씨가 아니었다.
언젠가의 그 소녀는 그저 노래를...
[P]
재미있었어?
[치요]
고양감은 있습니다. 동시에 상실감도.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은 잃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섭리.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탄하는 것은 그만두었습니다.
무언가를... 지금까지 잃어버린 채 지내 왔던 무언가를 기억해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까.
[치토세]
저기 그 노래, 치요쨩이... 이야기해준거야?
[P]
응. 이야기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듣고 만든 곡이야.
[치토세]
그렇구나... 그 아이... 당신에게 이야기해준거구나...
[아키라]
이런 곡조에서 백댄서는 많이 해 본 적 없으니까 여러 모로 큰 경험. 제안 고마웠어 치요씨. 그럼 내일 봐.
[미호]
함께 무대에 서서 즐거웠어! 내일 봐♪
[아스카]
주인공이 즐거워하니 그게 무엇보다도 좋은 것 같아. 치요, 내일 봐.
[치요]
내일... 뵙겠습니다.
[과거의 치요]
~♪ 아 엄마 잠깐만! 그 다음은 내가 부르고 싶어~!
아빠도 들어봐~! 응? 같이 불러~?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와 목소리를 함께 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런 삶이 당연하게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그런 삶이 있기를 원했다. 다음 날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 가고 싶었다...
[과거의 치요]
치토세쨩, 나 말이야! 나중에 크면 말이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
[치토세]
좋은 아침... 잠꾸러기 치요쨩.
[치요]
치토세... 쨩...
[치토세]
대단했어 솔로 라이브. 열심히 했지. 고생 많았어.
아 그리고 그거 봤지요. '제목: 시라유키 치요' ♪
[치요]
자화상까지... 부끄러운 것을...
[치토세]
아니, 정말 아름다웠어. 어제 무대랑 비슷할 정도로... 자유롭게 그려냈구나 하고.
잘 모르겠더라도 괜찮아... 하지만 치요쨩은 매우 아름답답니다.
[치요]
...
[아키라]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우면 괜찮은 거 아닐까? 미래에 어떻게 될 지, 무엇을 하고 싶을지, 언젠가는 알게 될 거고.
[미호]
언젠가 먼 미래에는... 언젠가는 아이돌로 있을 수 없는 날도 올 거야.
[아스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바라는 거야.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소망이 싹트는거겠지?
아... 모두들 눈이 부셔. 아무리 막아도 등을 떠밀고 잿빛의 세계를 칠해 나가.
이렇게 그리다가 만 삶에서 의미를 찾아도 괜찮다고.
[치요]
아이돌이라는 건... 어찌 이렇게 어리석으면서도 잔혹하고...
[치토세]
저기... 치요쨩. 아이돌 재미있어?
[치요]
아름다운지는... 역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대에는...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곳에 서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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